오늘은 우리 집 동거인 김씨가 늦는 날이다. 나는 제시간에 퇴근했지만 왠지 그 이유도 있었고 내일 있을 대박이와 새해 어린이집 행사때문에 저녁 식사 후 마트를 들려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놀이는 패스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놀이를 패스하지 않으면 나의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ㅠ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감사하게도 오늘 우리 집 똥강아지들은 마트에 다녀온 덕분인지 '엄마 왜 안놀아줘!'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_^ 마트 다녀온 뒤 씻겨서 재우기만 하면 끝이었는데! 잘 준비를 마친 대박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엄마!! 나 그림 그려야겠어!!'

....-_- 곧 잘 것이니 빨리 자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빨리 그릴 수 있다고 하면서 이미 종이와 색연필을 꺼내와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대박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하였다.

그림을 그리고 가위질도 했다.... ^^

기록을 따로 해놓지는 않았지만, 대박이는 5세 초반 즈음? 부터 사람의 형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사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뭔가 디테일한 표현(아빠의 턱수염, 엄마의 긴머리)이 가능한 이후로는 주로 엄마와 아빠를 그려왔다. 그 때의 그림들을 찍어놓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다. ㅠㅠ 1년간 대박이의 그림은 나날이 발전하여 최근 한 두달 전에는 엄마 눈에 속눈썹을 그려주기도 하고 아빠의 턱수염대신 콧수염을 그리기도 하였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날에는 '엄마 잠깐 나 좀 봐봐' 라고 요청을 하고 날 보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고 (물론 그림체는 똑같았지만 ^^) 어린이집에서 엄마 생각나서 그렸다며 그림을 그려오기도 하고 뭐 그랬다.

오늘 대박이가 그린 그림은 '우리 가족' 이었고, 대박이와의 역사가 깊은 나로써는 너무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대박이의 눈에 우리 가족은 화목한가보다. 아이 좋아 *^^*

대박이와 아빠, 엄마, 새해 이렇게 네 명을 그린 그림인데 정말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그림을 보고 더욱 감동이었던 것은 우리 가족이 모두 웃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박이에게 우리 가족은 화목한 가족인가보다. (뭐 사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그림이 디테일해져서 웃는 입을 표현할 수 있었고, 머리를 묶은 엄마의 모습을 표현했고, 더욱 좋았던 것은 손을 잡고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다. '이거 엄마 방에 붙여놔야겠다!' 하고 기뻐했더니 대박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며 '정말? 진짜 이거 붙여놓을꺼야?' 하며 감격스러워했다는 후문 ㅋㅋㅋㅋ 나의 기쁜 마음이 대박이에게도 전달이 된 것 같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이 이후에, 갑자기 그림에 탄력받은 아이들은 갑자기 헬로 카봇을 그리겠다며 종이를 잔뜩 꺼내와 헬로카봇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고 -_- 새해는 '엄마 폰 그려줘어어' 하며 심히 짜증을 내기도 하여 나도 조금 짜증이 날 뻔 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놀이이니 좋은 마음으로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나는 짜증을 모르는 사람이다' 를 마음속에 여러번 새기며 ^^ 오늘의 그림 놀이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는 그림마다 '엄마 방에 붙여줘!' 하고 요청하는 대박이와 새해 덕분에 내 방이 갤러리가 된 듯한 기분이다. ㅋㅋ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은, 그리고 그 성장 과정에 함께 동참하고 영향을 준다는 것은 힘들지만 그의 몇 배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늘 마음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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