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한글과 수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대박이 덕분에 괜시리 나도 마음이 분주해진 기분이다. 여전히 놀이와 학습 그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에 학습과 놀이를 하나로 봐야할지, 아니면 놀이와 학습을 어느 정도는 구분을 해주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기 때문이다. ㅠㅠ

최근 새로 개정되는 누리과정때문에 개정누리과정 원격연수를 듣고 있는데, 연수에서는 놀이에서도 충분히 학습의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유아의 놀이를 존중해주고 지원해주라고 하는데, 사실상 그게 쉽지가 않다. 아이들은 내 생각처럼 놀지 않는다. '하고 싶은대로 놀아~' 하면 진짜 하고 싶은대로 로봇들을 쾅쾅 부딪히면서 싸움 놀이를 하거나, 자동차가 붕붕 달리다가 자동차끼리 부딪혀 사고가 나는 놀이-_-같은 것은 주로 하기 때문인데. 여기서 어떻게 학습의 효과를 보느냔 말이다.

 

이 것은 집에서도,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유아중심, 놀이중심으로 보육과정이 개정될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우리 원에서도 유아중심, 놀이중심으로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는데 여자 친구들은 맨날 소꿉놀이나 의사놀이를 하고 남자 친구들은 카봇놀이를 한다.

소꿉놀이나 의사놀이는 그래도 어느정도 학습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OO야~ 여기 사과가 몇개 있었지?' 라고 물으면서 수의 개념을 잡을 수도 있고, '우와 빨간 사과네~' 라고 상호작용하면서 색을 인지시켜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맨날 카봇놀이를 하는 남자 친구들인데.. 블록으로 카봇을 만드는 것까지는 아주 좋지만! 만든 블록 카봇으로 늘 싸움놀이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엇! 저기에 악당이 몇 명이 있지?' 라던가, '이 카봇은 무슨 색이야?' 라고 상호작용을 시도하면 아이들의 자유놀이가 흐트러진다. 놀던 아이들은 갑작스런 상호작용에 흐트러져버린 놀이과정이 속상하다. 그러면 그 때부터는 유아중심, 놀이중심의 놀이가 아닌 것이 된다. 으어. 나는 너무도 혼란스럽다.

 

이와 같은 과정을 나는 가정에서도 겪고 있는데, 그나마 집에서는 대박이가 학습하는 것을 좋아하고 의욕을 보이기 때문에 연계하기가 쉽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대박이와 같냐는 말이다. 나는 집에서는 엄마지만 원에서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놀이와 학습, 이 둘의 중심을 잘 잡고 싶다. 내가 돌보는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집에서는 놀이와 학습의 연계가 쉬운 이유는 내가 보아야 하는 아이들의 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집에서는 1:2, 혹은 1:1로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맞게 놀이에서 학습을 끌어내는 것이 크게 어렵진 않다. 대박이가 카봇놀이를 하고 싶으면 나는 악당을 담당하여-_-; 여러가지 학습적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이 전에 놀이 포스팅을 보면 아이들과 침대에서 뛰면서도 여러가지 설정을 통해 내가 원하는 부분들을 학습으로 제공한 적이 있다. 그렇게 놀이한 이 후에 우리가 놀았던 것의 바탕이 되는 책으로 연계하면 자연스럽게 놀이와 학습을 연계할 수 있다. 

문제는 원에서 어떻게 놀이와 학습을 연계해야 하느냐인데. 원에서는 내가 돌보아야 하는 아이들이 총 7명이다. 아이들과 놀이에 몰입하자니 그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아이들은 사실상 방치가 된다고 봐야 한다. 다른 아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노는 것을 원하는데 바로 그 욕구를 채워줄 수도 없고, 안전사고에 노출이 되기도 하여 그닥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다 같이 노는 것은 교사가 의도한 놀이이기 때문에 진짜 놀이로 볼 수 없게 되는데. 이 딜레마를 어찌 헤쳐나가야 하나 싶은 것이다.

 

유아중심, 놀이중심. 나는 이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놀면서 학습하는 것은 분명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당장 올 3월부터 이 것을 적용하기에는 크게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지원도 분명 지금보다 더 있어야 할 것이고, 교사 교육 못지 않게 부모 교육도 지원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기관과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야 좋은 성과가 날 것 같은데 왜 모든 짐을 교사에게만 지우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몇 년간의 시행착오가 있은 후에야 좋은 교육 과정으로 자리가 잡힐 것 같다. 교사들도 부모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말이다. 오늘도 나는 내일 출근하여 아이들과 어떻게 놀고 어떻게 놀이로 학습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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