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나의 1독도서로 정했던 책은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유명한 '박혜란' 님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이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지음

나무를 심는 사람들

251쪽|152 * 215 * 20 mm |432g

 


2003년.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시험공부를 하며 라디오를 듣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노래를 듣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 곡으로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 발매된 노래라는 소개와 함께 도입부부터 내 귀를 사로잡던 곡.

바로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이적이 솔로로 활동하기 전부터 패닉과 카니발의 노래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왼손잡이인 나는 패닉의 '왼손잡이'를 거의 나의 주제곡으로 여길 정도였음)

익히 이적의 존재를 알고 있던 나로서는 굉장히 반가웠던 마음이 제일 컸다.

왜 그 노래에 그렇게 꽂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 노래를 계기로 패닉과 카니발의 이적이 아닌

솔로 가수 이적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조금 오버하자면,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음악을 해서 이적을 만나 결혼해야겠다'

라는 마음을 먹고 (일시적이지만) 열정 만수르가 된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 이적의 음악뿐만 아니라 이적이 작사한 곡, 쓴 책 등등을 찾아보면서

이적의 음악과 이적의 가사, 글에서 묻어나는 이적만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러면서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에 어떻게 컸을까?

 

하지만 내가 그 궁금증을 가졌을 때는 결혼 생각도 없고, 엄마가 될 생각은 더더욱 없는

음악가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가 어떤 분이셨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냥 단지 '와 이적은 정말 글도 잘 쓰고~ 노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쩐다잉' 이 끝이었음.

진작 관심을 가지고 알아봤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난 시간을 후회해서 뭐에 쓰겠어.

지금이라도 이 책을 접하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이야기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했을 때도 어려운 이야기지만

내 배로 낳은 내 새끼에게 적용했을 때는 더더욱 어려운 이야기가 된다.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쨌든 30여 년을 살아오며 내가 가진 아쉬움이나 후회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나를 투영하는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게 문제의 시작임을 알면서도 잘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엄마는 이래서 너무 아쉬워.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는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인데 왜 아이들에게 투영을 시키게 되는지.

잘 알면서도 왜 컨트롤이 되지 않는 것인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봄 직하다.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게 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대박이는 5살이지만 첫째라는 점, 다른 하나는 나도 이제 5살 난 엄마라는 점.

큰 애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고 했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이 말을 뻔질나게 많이 했었다.

'그래서 난 평생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단 얘기야?' 라는 생각에 듣기 싫었고 인정하기 싫었던 말이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이것은 첫째의 필연적인 과제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기 때문이지.

내가 대박이를 케어하며 겪는 많은 어려움들이 살면서 생전 처음 겪는 일들이고

사람 by 사람이라고 이 집 애에게는 통하는 방법이 우리 대박이에게는 안 통할 수 있는 것이고

대박이에겐 통해도 저 집 애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기도 굉장히 어렵다.

정해진 매뉴얼이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제시한 육아 방법도 훈육 방법도 결국은 엄마인 내가 판단하고 걸러서 적용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시행착오들.

알면서도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여보고자 너무 예민하게 굴고 있진 않나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된다.

 

박혜란 작가님에게 가장 부러웠던 점은 '예민하지 않음' 이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나는 행여나 나의 둔함이 나중에 대박이나 새해에게 마이너스가 될까 봐

예민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더 예민하게 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사실 맞기도 하다.

그동안 나의 예민함이 아이들의 성격이나 정서적인 부분에만 적용이 되었었다면

이제 5살이 된 대박이에게는 교육적인 부분까지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물론 나의 욕심에 따라 대박이가 잘 따라온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아이가 나의 욕심을 따라올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더 초조하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교육 문제에 내가 예민하게 굴수록 대박이의 사고가 더 확장되기는커녕

더 뻗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가고 있진 않느냐 하는 문제이다.

쏟아지는 교육에 대한 정보들 때문에 내가 대박이를 가졌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들과 소신이 흔들리고 있진 않는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였다.

박혜란 작가님의 말씀대로 조기교육을 시키고 말고 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과연 나는 아이의 교육관에 대해 얼마나 소신이 있고, 얼마나 내 소신에 맞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였다.

 

 

너무 조바심 내지 않기로 했다.

내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바로잡아주려고 예민하게 구는 내가 문제였다.

그런 생각들로 마음이 괴로워질 때쯤, 내 교육관과 잘 맞는 구절들이 있었다.

바로 위에 있는 구절들이었는데,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도 내가 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지키고 있는 나의 소신이다.

 

어떤 문제이든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자발적인 방법이 가장 문제를 해결하기 쉽다.

아직 아이들이 어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나이이긴 하지만

나는 최대한 아이들의 문제 해결 방법을 인정해주려고 하고,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한다.

(물론 대박이랑 새해는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함정...★)

아이들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려는 노력은 아이들을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아직도 어떤 일에 대한 결정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20대 때는 더했고, 10대 때는 그것보다 더 했다. 굉장히 수동적인 사람이었다고 스스로 기억한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싫었기 때문에 내 문제를 파악한 뒤로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닮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에는 다른 육아서를 읽었을 때보다 힘을 더 뺄 수 있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다.

사실 너무 괜찮은 아이들인데 나만 아이들을 못 믿고 너무 예민하게 굴고 있었던 것 같아 오히려 미안해지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제일 믿어야 하는 사람이 나인데 너무 조급하고 굴었고 예민하게 굴진 않았나 반성해본다.

또 한, 대박이가 5살인 것처럼 나도 엄마로써는 5살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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