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언젠가 대박이가 시어머니 친구분의 손자와 함께 키즈카페에 갔던 적이 있다.
아마도 그 때로 기억하는데, 시어머니 친구분의 손자(대박이보다 한 살 형이다)가 가지고 놀던 팽이가 가지고 싶었다며 팽이를 하나 사서 왔다.

바로 이 팽이

그러다가 이번에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함께 키즈카페를 갔다 새해랑 같이 가지고 논다며 이 팽이를 3개를 더 사서 왔고 그 날 이후로 우리집에서는 거의 매일 하루 한시간정도 팽이들이 신나게 돌아간다.
보통은 나 혹은 신랑과 대박이의 겨루기로 팽이시합이 이루어지는데 간간히 그 틈바구니로 새해도 끼어들어서 1:1:1로 팽이시합을 하기도 한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아이와의 놀이가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6살난 아들의 엄마로써 학습을 하거나 놀이를 하며 뭔가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너무나도 굴뚝같다는 것이 문제다. ㅠㅠ
팽이시합을 처음 하던 날은 돌아가는 팽이를 보며 ‘아 이 것을 과학과 연계해서 알려줘볼까?’ 등 별별 생각을 다 했지만,
아무런 목적이 없는 놀이야 말로 진짜 놀이다.
라는 말이 기억나서 미련의 끈을 놓았다.
(사실 그 이후로 몇 번 더 책이나 활동으로 연계하려고 과욕을 부린 것은 우리들만의 비밀☆)

대박이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역시 게임에서 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예전 포스팅 중 메모리게임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근데 이 팽이시합도 결국은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나눠지다보니 신나서 시작한 게임이지만 게임 중반부에 들어가면 머리 위에 먹구름이 떠 있는 대박이를 만날 수 있었다. -_-
게다가 메모리게임을 할 때보다 머리가 좀 컸다고 시합하다 질 것 같으면 반칙들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_-
본인의 팽이가 먼저 쓰러질 것 같다 싶으면 ‘아 엄마 이거 다시하자’ 그러면서 판을 엎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새해한테 ‘새해야 이걸로 엄마 팽이 건드려’ 하고 시키기도 함 ㅋㅋㅋㅋ 참나 기가 차서 증말..

며칠간 팽이 시합을 하면서 온갖 얌생이랑 얌생이를 다 쓰던 대박이와 공정한 게임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울부짖던 나와의 기싸움이 벌어졌고 게임의 마무리는 늘 나의 잔소리 혹은 대박이의 울음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 때도 놀이에 관련된 포스팅에 대한 고민을 하던 나는 ‘이따위로 해서 뭘 하겠어. 때려쳐!!!하고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고 나의 자신감은 지구 외핵을 뚫고 내핵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늘 모든 일에는 반전이 있길 마련이지.

우리는 어제도 팽이 시합을 했다. 매일 비슷한 게임의 마무리에 조금 짜증이 났던 터라 ‘오늘은 딱 5점내고 끝이야! 반칙쓰면 나 안해!’ 하고 으름장을 놓고 시합을 시작하였다. 어제도 물론 승부욕이 넘쳐 흐르는 내가 먼저 5점을 내게 되었고 (ㅋㅋㅋㅋㅋ) 게임 중반부부터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던 대박이가 체념한 듯 말했다.
“엄마 이긴거 축하해”
여태 수없이 많이 게임을 했지만 승패를 받아들인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대박이의 반응이 놀라웠지만 짐짓 의연한 척 하며
“좋은 게임이었다. 승부를 받아들이다니 멋지군.”
이라고 말하며 악수를 나눴다. 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별거 아닌 놀이여서 ‘오늘은 이 것을 했다.’ 하고 기록만 하려고 했는데 대박이가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승패를 인정한 역사가 생기는 광경을 목격한 나는 목적없는 놀이에서도 아이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기타 학습적인 부분들을 놀이에서 100% 충족할 수는 없을테니 충분한 놀이 이후에 학습적인 부분을 함께 잡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
아이가 7세까지는 인지학습에 대한 뇌가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전에 열심히 연산공부하고 한글쓰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이상 학습적인 부분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열심히 연구해보고 공부해 보는 것이 또 다른 나의 목표!

+) 오늘 아침 등원하는 대박이에게 ‘오늘은 뭐하고 놀까?’ 하니 잠시 고민하더니 ‘팽이놀이!!!’ 하더니 0.1초만에 ‘아!!아니야 다른거 생각해볼께’ 하는 것을 보니 승패를 받아들이긴 해도 여전히 지는 것은 끔찍히 싫어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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